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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앞으로의 책방 독본>, 우치누마 신타로

2023년 1월 1일 

<앞으로의 책방 독본>, 우치누마 신타로 지음, 양지윤 번역, 하루

 

필사와 생각

 

p. ?

"책에 '권'이라는 단위는 없다. 우선 이것을 독서의 제1원칙으로 삼는다. 책은 물질적으로 완결한 척을 하고 있지만 속지 말라. 우리가 읽는 것은 텍스트뿐으로, 텍스트란 일정한 물결이며 물결에는 거품이 생겼다가 사라지고 여러 불순물이 쌓여간다. 책을 읽고 잊어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책이란 이른바 텍스트의 물결이 부딪히는 바위나 돌 혹은 모래이기도 하고, 나뭇가지나 낙엽 또는 풀이 있는 물가이기도 하다. 물결은 방향을 바꾸며 어렵사리 새로운 성분을 얻는다. 문제는, 그토록 복잡한 텍스트의 물결이 합쳐진 당신 자신의 삶이 어떤 반향을 일으키며 어디로 향햐느냐는 것뿐이다. 읽기와 쓰기와 삶은 하나이다. 그것이 독서의 실용 이론이다. 언젠가 만월의 밤에 불면과 초조함에 괴로워할 당신이, 책을 읽을 수 없고 읽어도 아무것도 남지 않아 탄식하게 된다면 이 말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책은 읽을 수 없는 것이니 걱정 말라." 

 

- 스가 게이지로, <책은 읽을 수 없는 것이니 걱정 말라> 

 

한 권 씩 책을 완독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게 하는 문장이라 적어 두었다. 텍스트를 물결에 비유하는 표현 방식이 멋있게 느껴진다. 동경하게 되는 글쓰기 방법이다. "읽기와 쓰기와 삶은 하나"라는 메시지로 새해를 연다. 

 

p. 93 

"호사카 씨의 말처럼 "그저 읽는 시간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소설이라고 한다면, 책이란 '쓰인 것'뿐만 아니라 '읽힌 것'까지 포함하게 된다. 소설뿐만 아니라 모든 콘텐츠에는 누군가의 사고방식이나 감정을 조금씩 바꾸어 놓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변화는 특정 콘텐츠가 발단이 되지만, 사실 그 콘텐츠를 통해 '읽힌 것'에 의해 일어난다. 따라서 오히려 '읽힌 것'만이 책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한들 이상하지 않다. 

'쓰인 것'이 콘텐츠라고 한다면 '읽힌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일단, 커뮤니케이션은 '쓰인 것'을 기점으로 제작자와 이용자 사이에 일어난다. 이어서 '쓰인 것'의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바꿔 말하면 한 권의 책은, 콘텐츠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기점으로 한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총합이다."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을 '쓰인 것'과 '읽힌 것'으로 넓은 의미의 책과 독서와 만남을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일을 이어가면서 이후 커뮤니케이션까지 만들어나가는 책방을 만들어 가고 싶다. 

 

p. 139~140

"인간의 '책방'에서만 산출해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개인의 편견을 두려워하지 않고 풍성한 우연이나 다양성을 만들어내서 누군가에게 제안하는 일이다. 물론 개인은 만능이 아니다. 책방에는 그저 사람끼리의 단순한 신뢰 관계만 있으면 된다. 최대한 정직해지고자 하는 개인이 선택한 책방에는, '소비지상주의'에서 흘러들어오는 정보와는 이질적이면서도 적당한 확률로 발생하는 다양한 놀라움이 존재한다. '책방'을 신뢰하는 손님은 그 세계와 어울리며 마주치는 우연을 즐긴다. '책방'의 의무란, 바로 그러한 체험을 도출해내는 일이 아닐까.

앞으로 '책방'의 의무는, 가능한 한 책을 성실하게 고르는 일이다. 최대한 안테나를 늘리고, 모르는 분야에는 무리하게 손을 뻗지 않는다. 수많은 신간이 쏟아지는 가운데, 자신이 이해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당당하게 의지를 가지고 손님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을 고른다. 되도록 정직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조금씩 모든 영역에 시선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완벽한 사람이란 없다. 불가능한 일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조금씩 진실한 장소를 제공하면서 손님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해 나간다.

말은 세상을 움직인다. '책방'이라는 직업은,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키고 마음을 움직여서 그 사람이 타인에게 건네는 말을 바꾸게 하는 힘을 가진다. 때로는 두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한 사람의 '책방'이 할 수 있는 일은, 끊임없이 성실한 자세로 책을 고르는 것 뿐이다.

자신의 일이 세상에서 '읽히는' 말을 통해 '이야기되는' 말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자각. 사람들에게 책을 전달하는 횟수가 쌓여 갈수록, 세상이 조금씩 바뀌어간다는 사실에 대한 실감. 그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며, 만연하는 '소비지상주의'에 개인이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적어도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단순한 쾌락의 먹이가 되지 않도록,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말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은 좀처럼 드물다." 

 

책방을 시작하면서 가져야 하는 기본을 알려주는 부분이라 옮겨두었다. '사람이 타인에게 건네는 말을 바꾸는 힘'을 가진 직업이라니, 시작도 하기 전에 자부심이 든다. 두근두근.

 

질문

 

- 책에서 얻은 영감과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연결할 방법은?

- 어떻게 한 사람이 그 많은 일을 다 할 수 있을까... (진심 의문임) 

- 지금 여기에서 나의 시도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요약

 

세상 모든 사람을 책방으로 만들려는 음모가 담겨 있다. 처음부터 책을 팔아서 수익을 낼 수는 없다고 선언하고 시작한다. '부족함은 상상력을, 불편함은 재미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으니까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의 메인 테마). 책방과 관련한 그의 경험과 제안은 상상력과 재미로 채워져 있다. '다 쏟아내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책의 두께와 디테일에 드러난다. 그렇다고 안내서나 개발서같은 딱딱한 형태가 아니어서 좋다. 어렵지 않은 짧은 산문으로 정보와 생각을 펼치는 작가의 글쓰기 능력에 조금 샘이 났다. 누구나 읽고 나면 어느 정도는 책방교에 입문하게 되지 않을까. 

 

얻은 것, 깨달은 것

 

"책방과 곱셈하기!!"

어떻게 해도 수익률이 날 수 없는 책을 파는 행위에 다양한 관점과 시도를 곱셈하여 새로운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 작가의 전작 <책의 역습>에서 인상깊게 남은 '책방은 책과 사람과 우연이 있는 곳'이라는 말로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이내책방"의 시도가 가능했다. 그가 책에서 쓴 말이 읽혀지고 내 삶으로 흘러들어와 변화를 만든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가 세상 모든 사람을 책방으로 만들려는 것만 같아 웃음이 난다. 무언가 깊이 사랑하는 사람, 그러한 사람이 (나도) 되고 싶다. 

 

 

실천 항목 

 

- 큐레이션을 위한 아카이빙과 분류작업

- 재미난 커뮤니케이션 방법 구상하기 (이벤트, 워크숍, 독서모임, 책만들기, 미디어와 서비스 등) 

- 정직하기, 성실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