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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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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2 월요일 ‘나는 어떨 때 기쁘지? 어제는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사이숨 책소동’이 끝났다. 사이숨 멤버 네 명이서 여섯 팀을 초대해 이틀동안 북마켓을 꾸렸는데 입장료 제도를 도입해보았다. 미리 신청하면 1100원, 현장 입장은 3000원. 창작자들의 피드백은 괜찮았다. 우글우글 구경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천천히 자신의 창작물을 보고 질문해주는 손님들이 와서 좋았다고 했다. 만드는 사람도 참여하는 사람도 성장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고, 자잘한 기대를 구석구석 심어두기도 했다. 막상 이틀동안 일 쳐내느라 힘들어서 무슨 기대를 했고 뭐가 이루어지고 그런 거는 하나도 모르겠다. 찬찬히 머물며 창작자와 독자가 서로 알아가길 바라서 구석구석 의자를 배치했던 것도 효과적이었고, 책방지기가 독립출판물을 바로 입고해가는 그림도 이루어졌다. 개인적으로는..
20190922 일요일 ‘밀린 일기’ 하루종일 집에서 빗소리만 들었으니 (생각보다 바람은 별로 안부는 우리집) 일기를 써 보자. 하루종일 나는 개러지밴드 강좌를 듣고 연습해보고 그러다 좌절하고를 반복했다. 음악에 소질 없다. 소질로 하는 거 아니니까 계속 해봐야지. 아 눈알 빠질 것 같다. 목요일에 일기 썼던가. 썼던 것도 같은데. 그 사운드 엔지니어님에게 편곡이랑 프로듀싱이랑 맡길 사람 여태 찾고 있지만 영영 못찾는다 했더니 아이폰에 개러지밴드 있으니까, 그리고 유튜브에는 모든 게 있으니까 한번 해보라고 하셨고, 그렇게 시작된 유튜브 탐색... 와 진짜 대박 훌륭한 음악 유튜버들이 이토록 많다니. 시간이 훌훌 흘러가버렸다. 공부삼아 조금씩 해야지. 재밌으니까. 조금씩이 중요할 것 같다. 눈이 아프니까. (소담 님이 ~니까 라는 표현 싫어한..
20190919 목요일 ‘아이키도 할까 말까’ 뉴욕에서 걸려온 모닝콜에 하루를 시작했다. 일기에 징징거렸더니 서귤님이 친히 안부를 물어 주신 것이었다. 뉴욕 너무 좋은데 하루밖에 안남았다고 아쉬워하셨다. 누구도 이방인이 아닐 수 있는 분위기가 새롭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느낌이라 (심지어 고국에서도) 궁금한 마음이 든다. (서귤님 고맙습니다! 😘) 밥 챙겨 먹고 기타 챙겨서 길을 나선다. 꽤 긴 길이고 나는 빅티를 생각했다. 왜냐하면 오늘 가는 복지관에서 근무하던 친구가 얼마전 갑자기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갑자기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 함께 있어야 조금이라도 견딜 수 있다. 나는 그 친구의 상사인 과장님을 참 좋아한다. 두 사람의 관계도 다른 어딘가에서 본 적 없는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의 관계여서..
20190918 수요일 ‘사이숨 글쓰기 재탕일기’ 생각을 붙잡을 수가 없다. 둥둥 떠 다닌다. 요즘은 길을 잃은 기분에 자주 빠진다. 요즘 챙겨보는 드라마 속 드라마 제목이 ‘서른 되면 괜찮아져요’다. 물론 서른 돼도 괜찮지 않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실상은 마흔 되어도 괜찮아지지 않는다. 괜찮지 않다는 것은 아직도 변화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보통은 이런 말들로 나를 제자리로 데려다 놓으려 애쓰는 스타일이다. 어릴 때 하도 이것저것 내팽겨치고 도망다니길 자주 해서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어떻게든 견뎌야 하고 어떻게든 지나간다. 지나고 보면 지날 때의 감정은 훗, 하고 웃어버릴 정도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는 그 순간에는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안다는 게 그러나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모두가 행복을 전시하고 있었던 연트럴파크를 걸으며 쓸..
20190917 화요일 ‘어리광 이제는 안되겠지’ 몸살 기운에 맥을 못추겠다. 그래서인지 기분도 영 좋지 못하다. 일찍 일어나서 모닝페이지도 쓰고 아침도 챙겨먹고 출근도 잘 했는데, 이 정도면 평소같은면 무척 만족스러운 하루였을텐데도 오늘은 다 싫어 상태를 유지했다. 다리도 아프도 팔도 아프고 소화도 안되고 마음은 가라앉고... 누구에게라도 실컷 어리광부리고 싶은데 이제는 그럴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해서이려나. 모든 것에서 손을 놓고 그저 사라지고만 싶은 하루였다. 그 와중에 학교의 아이들은 오늘도 아름다웠다. 10월에 일본가는 티켓 끊어두었는데 그때가 행사 피크인지 오늘만 두 개의 행사가 들어왔는데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돈으로 환산하면 한달 수입에 영향을 끼치는 엄청난 손해가 되는 것이지만, 여행이 더 값진 시간을 가져다주길..
20190911 수요일 ‘텍스트의 신체성이란 무엇일까’ 맥주를 많이 마셔서 오늘 일기는...... 소혜가 와서 동네 친구들 모였다. 재밌기도 재미없기도 한 시간이 쌓인 친구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내가 술을 안마셨는데 이제는 맥주를 많이 마시고 재밌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변하고 변하지 않네. 나는 이제 담배를 안피우는 사람이 되어서 자리를 지킨다. 생각해보면 담배때문에 잠깐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건 흡연의 좋은 점이었을지도. 오늘 가장 큰 화두는 ‘텍스트의 신체성’ 의미보다 신체가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인가. 그 전에 신체성이 있는 글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우치다 타츠루 홀릭 상태여서) 그래도 오늘의 읽기와 쓰기를 이어갔다는 점으로 칭찬해주도록 하자.
20190910 화요일 ‘제자가 되고 싶다’ 요즘 앉아 있을 때 배와 다리에 긴장을 유지하려고 노력중이다. 그래서 몸이 몸살난 듯 아프다. 오늘 아침에도 어제 누구한테 맞았나 싶은 기분이었다. 일본 예능에서 보고 따라하기 시작했는데 (일본어 익숙해지게 한다는 핑계로 일본 예능을 매일 조금씩 본다) 하루만에 배에 근육이 생겨서 신기한 마음으로 지속하고 있다. 덕분에 자세를 항상 바르게 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신경 안쓰는 사이에 자세가 엉망진창인 사람이 되어 있더라. 겨우 일어났지만 아침밥 지어 먹고 빨래도 하고 수업하러 출발했다. 지하철에서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의 책을 신나게 읽었다. 구구절절 왜이렇게 재미있을까. 제자로 받아달라고 하고 싶다. 살면서 스승같은 존재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좀 교만한 마음이 있었달까. 하지만 모르는 세..
20190909 월요일 ‘도서관은 세상으로 가득 찬 은하수’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을 다시 읽고 있다. 다시 읽어도 좋아서 베낀 구절 또 베낀다. 도서관에 대한 구절이 나와서 막 도서관에 달려가고 싶어졌다. 글을 쓰다가 갑자기 작업실 알아보러 돌아다니다가 나중에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은 세상으로 가득 찬 은하수다. ...우리가 책이라고 부르는 물건은 진짜 책이 아니라, 그 책이 지닌 가능성, 음악의 악보나 씨앗 같은 것이다. 책은 읽힐 때에만 온전히 존재하며, 책이 진짜 있어야 할 곳은 독자들의 머릿속, 관현악이 울리고 씨앗이 발아하는 그곳이다. 책은 다른 이의 몸 안에서만 박동하는 심장이다. - 리베카 솔닛, , 99쪽 글은 이어서 쓰고 있다는 것 만으로 만족감이 들었고, 작업실은 내가 돈이 없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닫게 했지만, 그럼에도 이런저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