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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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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30 토요일 cntl c - cntl v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그 사이에서 매일이 또 다르다는 게 신기하다. 오늘 드디어 기타가 배송되었다. 새 기타로 연습해서 그런지 손가락이 더 잘 움직인다. ㅋㅋ 전자기타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공연장에서 쓸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가벼워서 들고다닐만 할 것 같다. 몇일 전에 집에 있던 글쓰기 책 몇 권을 식탁 옆 의자에 올려놓았다. 가장 먼저 손이 간 책이 데릭 젠슨의 '네 멋대로 써라' 인데 원래 제목은 '물 위를 걷기 : 읽기, 쓰기 그리고 혁명' 이다. 반 조금 넘게 다시 읽는데 진짜 깜짝 놀랐다. 완전히 잊고 있던 책이었는데 거의 지금의 나를 만든 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영향을 많이 받은 흔적이 보였다. 물론 ..
20171229 금요일 칩거 3일차. 쿠팡에서 먹을 걸 시켜서 배송받았는데 히키코모리 된 기분이었다. 예정대로 파스타 만들어 먹었다. 맥주가 떨어져서 오늘은 패스. 어제 만들던 노래를 완성해서 페북에 올렸다. 옛날옛적에 누가 그린 그림이었는지 어디서 본 조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머리를 가슴앞에 들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끄적여 둔 글이 있었다. 그냥 블로그에 남겨둔 것이었는데 생각나서 거기에 곡을 붙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게 없는 느낌을 받는다. 많은 것들이 변하기도 했지만. 남겨둔 시 인지 일기 인지 모를 글들이 몇 개 더 있어서 곡을 붙여보고 싶다. ​편지 빗소리 들으며 편지를 써 누구에게 쓰는지 보다 누가 쓰는지 더 중요한 뱉어내곤 기억해내지도 못할 이기적인 편지 머리를 꺼내 가슴에 들고 빗겨설 소망을 찾아 봄을 ..
20171228 목요일 노래를 만들고 있다.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 있으니까 노래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든다. 20대 때 끄적여 둔 글에 곡을 붙여보고 있다. 반쯤 만들었는데 중간 부분이 잘 안풀려서 일기를 쓴다. 어제 밤부터 갑자기 눈물샘이 터졌는지 너무 울어서 머리가 아프다. 익숙한 기분이다. 하지만 기타 연습도 많이 했고 떡볶이도 만들어서 먹었으니 괜찮다. 빨래 청소 같은 집안일도 하고 싶었는데 그건 자꾸 뒤로 미루게 된다. 내일도 밖에 안나갈 거니까 시간은 많다. 내일은 파스타 만들어 먹어야지.
20171227 수요일 집에만 있었다. 얼​굴에 붙인 재생테이프 교체하는데 세어보니 45개쯤 되는 것 같았다. 목에 작은 사마귀들이 개수를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어느새 점점 퍼져서 그렇게 많아진걸까. 하지만 레이저로 태울때 목은 너무 아파서 다시는 하고 싶지가 않다. 시술 받은 병원의 모든 직원이 연극을 보러 왔어서 내 얼굴을 다 기억하고 있었다. 연극에서 불렀던 '있는 그대로'와 '자장가'를 기억하는 직원분께 앨범을 전해드렸다. 잘 듣고 계시다고 전해들어서 기분이 좋다. 시술해주신 원장님이 공연 잘 봤다고 돈을 받지 않으셨다. 어리둥절하고 또 고마운 경험이었다. 노래를 부른다고 종종 선물을 받는다. 그때마다 어찌할 바를 잘 모르겠다. 보답하려면 나는 노래를 계속 부르면 되는 것이겠지. 희..
20171226 화요일 목에 난 작은 사마귀들과 얼굴에 점을 빼러 병원에 갔다 와서 그런지 온갖 병에 걸리는 꿈을 꾸다가 깼다. 총 30개가 넘는 내 살이었던 부분를 태워냈다. 전기모기채로 모기를 태워 죽일때 나는 냄새가 났다. 마취연고를 바르고 30분쯤 누워있다가 레이져로 시술을 시작했는데 얼굴 은 그냥 좀 따끔한 정도였는데 목은 첫 번째 녀석을 없애려는 순간 생각했다. '이건 잘못된 선택이었어' 너무 아파서 손바닥이 흥건하게 젖기 시작했다. 자잘한 사마귀들이 이미 목에 많이 퍼져있어서 더 번질 가능성을 줄이려고 선택한 결정이었다. 결국 고통에도 끝은 있었지만 몸에 힘을 너무 줘서 그런지 집에 돌아와 저녁 먹고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찜찜한 꿈을 꾸다가 지금 일어나서 일기를 쓴다. 요즘 찜찜한 꿈을 ..
20171225 월요일 가장 허망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계획이었는데 장보러 나갔다가 카페 산복도로프로잭트 들러서 은수언니랑 순미언니랑 용문의 맛있는 탕수육을 먹음으로 계획이 무산되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카드 대신 김현철의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이라는 노래를 감기 목소리로 불러서 sns에 올렸다. 연말에 집에서 칩거하려고 장을 잔뜩 보았다. 카페 근처 마트에서 일하시는 분이 계신데 그분은 언제나 내 이름을 기억하고 반갑게 인사를 해주신다. 오늘은 내가 장을 좀 많이 보니까 '7575 이내님 배달?' 한마디 더해주셔서 간편하게 무거운 짐을 옮길 수 있었다. (7575는 내 핸드폰 뒷자리인데 마트 적립번호로 쓰인다) 가끔 민주공원에서 시베리안 허스키에 끌려 다니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별다른 사건..
20171224 일요일 오늘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이게 다 화장실을 수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 먹고 기타치고 먹고 알쓸신잡 보고 기타치고 하다보니 하루가 다 갔다. 일기 쓸 내용이 없어서 안쓸까 하다가 그래도 뭐라도 써야지 하고 들어와보았다. 오늘은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이다. 전에는 두 분의 결혼기념일을 그래도 좀 챙기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일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자주 못보고 살 때는 기념일이라도 챙겨보려고 했는데 요즘 아빠 병원문제로 좀 자주봤더니 특별한 날을 챙기고 싶은 생각이 안들었다. 그냥 두 분이 알아서 평화롭게 보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었다. 뭔가 특별한 날을 만들어서 기념하는 것에 언제나 마음이 잘 안갔다. 눈 앞의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어제 ..
20171223 토요일 삼각형잡화점이 기존의 호영 바바씨 체제에서 은희씨를 영입해서 (삼각형을 만들었네) 인스타에 새로 오픈했다. 안그래도 집에서 따뜻한 물 계속 끓여 마시는 거 귀찮아했는데 커다란 보온병을 팔고 있어서 바로 주문했다. 그런데 내가 바로 첫 번째 구매자였던 것! 중앙동에서 만나서 물건을 전해받는데 포장을 예쁘게 해서 전달해주셨다. 구매자를 만나기 위해 두 분이 미리 만나서 포장하고 사진찍고 연신 고맙다고 하는데 필요한 예쁜 물건을 전해주시니 내가 고마운 것 아닌가. 나는 원래 사기로 했던 고상한 아이보리색 호리병 모양을 받았다가 그 자리에서 처음부터 탐났던 완두콩 모양 녹색 보온병으로 교환했다. 아무래도 그게 나한테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두 분은 나의 금전상황을 매우걱정해주셨다. 팔면서 계속 미안해하는 이 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