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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7 매일이 있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밥을 챙겨 먹었다. 얼마 만에 누려보는 아침의 여유인지. 행복했다. 동네 친구와 동네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함께 걸어서 수영장에 갔다. 그것도 행복했다. 일주일 만에 접배평자 몇 바퀴를 돌고 다이빙 입수를 무한 반복했다. 여전히 다이빙은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수영을 마치고 나왔을 때의 상쾌한 기분은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다. 행복해서 나도 모르게 동네 수영 친구에게 일본어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맥락 없음) 물론 친구가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해서 일본어를 잘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친구는 오랜만에 일본어로 말해 본다며 처음에는 쑥스러워했지만 곧 둘 다 신이 나서 일본어로 수다를 떨었다. 부산에 시집와 1년쯤 지난 친구는 적응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은 보내다가 ..
20221006 모르는 세상에서 성실하게 흐르는 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밤 9시가 되어 있었다. 스마트폰을 붙들고 인생술집 짤을 멍하니 보던 중이었다. 아 맞다, 글 써야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다. 3일 연속 출근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장소를 옮겨 두 시간가량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끝나고 또 부랴부랴 집에 돌아와 화상 회의를 한 기억까지 있는데 그다음이 끊겼다. 연예인들이 하는 농담을 웃지도 않으면서 쳐다보고 있다. 댓글 알람으로 들어간 유튜브는 요즘 잘 안 보여서 궁금했던 제제가 아는 형님에 나온 짤을 보여주었고 그걸 무심히 클릭한 게 시작이었다. 재미는 없었다. 제제의 매력도 드러나지 않았고 시시껄렁한 멘트들도 식상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나는 왜 다음으로 다음으로 영상을 클릭하며 두 시간가량 멍하니 앉아 있었던 걸까. 오늘의 글을 ..
20221005 고개를 돌리지 않기 위해 세 시간 동안 아이들과 씨름하고 모든 기력을 잃었다. 말을 많이 하면 뒷덜미가 너덜너덜해지는 느낌이 든다. 하루종일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선생님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한 선생님은 집에 가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단, 집에도 말을 거는 아이가 있어서 불가능하단다. 하루하루 일하고 사람들과 엮여 살아가는 사람들이 새삼 대단하다. 내일도 출근이고, 부랴부랴 이동해 행사 하나 있고, 저녁에는 줌 회의가 잡혀있다. 한동안 집에는 친구들이 하루걸러 하루씩 묵어갈 예정이다. 퇴근하고 집에 아무도 없었다면 삐뚤어지고 싶어졌을 것 같은데, 방문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좋다. 어제 너무 정신없어서 집에 온 친구와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 오늘 저녁은 꼭 같이 먹자고 약속하고 가까운 비건 식당을 찾아봤는데 ..
20221004 첫 출근 일기 출근 생각에 잠을 설쳤다. 부랴부랴 움직이는 거 참 싫어하는데 제시간에 도착해야 하는 일은 어쩔 수가 없다. 아침 먹고 도시락 싸고 준비한 수업 내용을 머릿속으로 되뇌며 버스를 세 번 갈아 탔다. 두 번 환승하는 방법도 있지만 타이밍을 잘 못 맞췄다. 아무튼 첫 출근길은 무사했다. 오늘의 수업은 2학년, 1학년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후 4학년의 순서였다. 참관 수업에서 4학년의 거침없음을 목격한 터라 내내 손발이 후들거렸다. 그런데 웬걸, 경험치가 역시 중요한 법인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1, 2학년 수업에 진이 쏙 빠졌다가 그래도 조금 말이 통하기 시작한 4학년 수업이 수월했다. 지난 학교에서 3, 4, 5학년을 맡아 보아서인지 그 시기의 아이들이 편하다. 물론 내가 아침에 약한 사람이라 오후에 정신..
20221003 매일 쓰는 사람 작가라는 호칭은 내내 어색하다. 어쩌다 보니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 시작했고, 부르면 어디든지 간다는 ‘동네 가수’를 자칭하며 유목민처럼 돌아다녔다. 화려한 조명과 빵빵한 음향이 있는 무대 위보다는 모인 사람 모두가 서로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가 더 좋았다. 내 노래가 동네 목욕탕 같다는 동료 음악가의 표현이 마음에 들어 프로필에도 적어 두었다. 가깝고, 편하고, 따뜻한 노래를 부르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노래를 구실로 작고 특별한 장소들과 제각각 다른 자기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를 얻었다. 까먹기 아까워서 기록을 시작한 게 책이 되었지만, 가끔 작가라고 불릴 때마다 마음속으로 손사래를 친다. 딱 서른이 되면서부터 내부의 욕망보다는 외부의 추동을 연료로 삼기 시작했다. 꾸준히 작..
20220930 내일은 조금 덜 위선적이기를 어제 수영은 마음이 좀 급했던 모양이다. 오랜만에 불태운 근육의 열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아서 잠들기가 어려웠다. 오늘은 행사가 두 개나 있었는데 몸이 다시 ‘나쁨’ 상태가 되어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중간에 밥 먹을 시간이 부족해서 배고픔도 한몫했다. 그래도 언젠가 우연히 발견한 마음에 드는 김밥집이 이동 거리 중간에 있어서 급하게 김밥 한 줄을 먹을 수 있었다. 돌아다니다 보면 다양한 김밥집을 경험한다. 야채만 넣어달라고 공손하게 부탁하면 대부분 각자의 창의력을 발휘해 주신다. 원래 들어가지 않는 깻잎을 넣어줄 때 가장 운이 좋다고 느낀다. 오이나 당근이나 시금치를 더 많이 넣어 주시는 분들에게도 축복 있으라! 가끔은 귀찮아하거나 무시하고 꼭 무언갈 넣거나 홀쭉한 김밥을 내어주시는 분들도 있다. 별말..
20220929 무언가 너무 사랑하는 사람 일주일만에 수영장에 갔다. 10월의 마지막 수영일에는 오랫동안 함께 수영해 온 몇몇 동료들만 오붓하게 모여 있었다. 몸은 좀 나아졌냐고, 보고 싶었다고 다정한 안부를 전해주었다. 수영장에 못 가는 동안 틈틈이 챙겨 보았던 여러 유튜브 영상들을 기억하며 수영에 임했다. 머리를 고정한다, 앞으로 뻗은 팔을 조금 내려 본다, 발을 살랑살랑 젓는다, 물 잡기에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등등 머릿속에 다양한 유튜브 강사님들의 목소리가 복잡하게 돌아다녔지만 어쩐지 자유형이 조금은 덜 힘든 기분이다. 요즘 우리 선생님이 훈련 강도를 높이기로 작정하셨는지 자유형, 평형, 한팔접영, 배영을 쉼 없이 돌게 했다. 월수금의 동료들은 나를 포함해 약간 오합지졸 느낌이라 얼굴을 시뻘겋게 달구며 물속을 버둥거렸다. 그 모습이 조금 ..
20220928 호모 프레젠투스 (혹은 호모 기프투스) 전주 토닥토닥책방에서 문보영 시인의 ‘일기시대’를 데려왔다. 전주 나들이 멤버는 모두 책방에서 만난 사이기 때문에 여행지에서도 책방에 가는 걸 좋아했다. 검색해 보니 거의 대부분 화요일이 휴일이어서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어슬렁거리던 시장에서 토닥토닥책방을 발견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책방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한참 책을 두고 대화를 나누는 우리를 보고 사장님은 “책방에서 오셨어요?”라고 물었다. 모두 잠깐 일시 정지 상태가 되었지만 (하나같이 수줍음 많음) 한 명 한 명 작가 소개가 시작되었다. 책방에는 책이 소개된 노란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있었는데 토닥토닥책방의 고유한 방식인 것 같았다. 우리에게도 한 권씩 소개를 부탁했고 모두 조용히 자신의 포스트잇을 채워 책장에 붙어 두었다. 여행의 작은 이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