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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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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9 수요일 오늘 부산 미세먼지 최악이었다. 밤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맡은 공기의 냄새는 자동차 배기구 앞에서 숨쉬는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서는 눈이 뻑뻑하고 아프고 머리가 띵했다. 하지만 오늘 하루는 제법 훈훈했다. 부산에서 이야기 수집 팀을 모아서 이름도 만들었다. ‘사이숨 SaySome’ 이라고 사라지는 것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모으기로 결의를 했다. (오늘 이름 만들었다) 동네가수인 나는 섭외 홍보 인터뷰 담당, 한 명은 동네시인으로 오늘 데뷔했는데 기획서 및 서류도 담당한다. 한 명은 동네 감독인데 사진과 영상을 담당한다. 그밖에도 필요에 따라 사람들을 더 초대할 생각이다. 다음주에 당장 서로를 인터뷰 해보며 테스트 하기로 했다. 벌써 너무 재밌네. 물론 작당은 꾸미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법. 오늘 데..
20181218 화요일 기차타고 부산왔다. 서울역에서 먹을 수 있는 비건 메뉴는 꼬마김밥 가게의 야채김밥이다. 이런거 좀 리스트 업 해 두어야겠다. 오는길에 넉넉한 자리에서 일드보면서 기분 좋았는데 갑자기 통화 하나 하고서 내릴때쯤엔 눈물을 펑펑 쏟았다. 마침 삼랑진 근처였고 해가 지고 있어서 창밖이 엄청 아름다웠는데 눈물콧물 다 쏟았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친구에게 나와 왜 연락하냐는 얘길 들었다는 걸 전해들었다. 그걸 나한테 직접 전해준 게 화가나서 문자로 마음을 설명했다. 친구는 곧바로 사과해주었다. ‘단단한 삶’ 보면서 모두가 날 좋아하지 않는 건 좋은 일이라는 구절을 읽고 힘을 얻었었다. 하지만 직접 전해들은 이야기는 여전히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래도 제 3자인 친구에게는 슬픈 마음을 바로 표현해서 사과를..
20181217 월요일 어제밤에 관객의 취향에서 사온 ‘나의 외국어 학습기’를 펼쳤다가 너무 재미져서 반 정도 읽고 잤다. 재밌을거라는 예상은 못했는데(살 때 서귤님이 재미없어 보여서 말릴까 할 정도) 요즘 일본어 공부에 빠져있어서 그런지 완전 흥미진진했다. 오랫동안 영어를 공부하고 잘하지도 못하면서 가르치기까지 하다보니 막연하게 생각하던 언어간의 차이를 굉장히 요연하게 정리한 걸 읽는 재미가 있었다. 오늘 하루 밖에서 놀다가 서귤님 집에 돌아와서 끝까지 다 읽었는데 (마지막에 일본어 중국어 번역의 예는 어려워서 못읽었지만) 의욕이 솟구쳐서 일어도 중국어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흥분이 생겼다. 구몬학습 일본어와 한자를 한참동안 검색했다. 곧 한번 시도하게 될 듯. 아침에는 청포도를 먹고 뜨끈하게 샤워를 하고 밖에 나가서 내..
20181216 일요일 서울에서 공연이 있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밥 챙겨먹었다. 어제 버스정류정에서 배추랑 무랑 파는 아주머니와 붕어빵을 나눠먹었는데 (혼자 먹기에 늘 양이 많아서 같이 먹어달라고 했다) 직접 농사지은 것들인데 김장하고 남아서 팔러 나오셨다고 했다. 몇개 안남아있길래 무를 하나 1000원에 사서 집으로 왔다. 직접 무를 산 최초의 경험이다.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뿌리채소는 몸에 안맞다고 해서 손이 가질 않았는데 집에서 비건을 실천하려니 좀 더 다양한 채소들과 친해져야 할 것 같아서 한 번 구입해보았다. 붕어빵을 나눠 먹고 나니 갑자기 친해진 기분이 들었기도 하고.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무가 든 가방을 안고서 뭘 해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갑자기 일본식 무조림이 떠올랐다. 집에 도착해서 검색에 의지해 약 40분간의 ..
20181215 토요일 요즘 부산의 이야기들에 파묻혀 있는 기분이다. 얼마전 반송 도서관 행사 갔을 때가 시작이었나. 부산 하면 떠오르는 이야기들이 아니라 부산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제는 산복도로북살롱에서 독립출판 워크숍 멤버들이 마지막 파티를 하며 자기들의 이야기를 나누어주었다. 하나하나 마음까지 닿는 작은 이야기들이었다. 오늘은 부산 뇌병변복지관 ‘아빠의 자격’ 프로그램 1년 돌아보기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불렀다. 작년에도 함께한 자리였는데 갔더니 눈에 익은 얼굴들이 미소로 인사해주었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엄마 아빠들은 평범한 얼굴이지만 자세히 보면 더 밝은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함께 레일바이크를 타러 갔는데 처음에는 못하다가 자꾸 가니까 다리 힘이 생긴다고 엄청 기뻐했다. 자기 아이와 자전거를 타는 게..
20181213 목요일 괜히 밤에 늦게 자서 하루종일 제정신이 아니다. 오전에 마지막 수업 가서 애들이랑 재밌게 놀고 인사를 했다. 오늘 영상 찍으려고 삼각대도 들고 갔는데 영상 찍는 기분이 새삼스러워서 놀랐다. 20대에는 훨씬 무거운 삼각대를 늘 들고 다니던 때도 있었는데. 우세계님을 만나서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갔다. 여기저기 모시고 돌아다녔는데 날씨도 엄청 춥고 둘 다 피곤해서 헤롱거렸다. 우세계님이 ‘이내투어 때려치워요!’ 라고 해서 엄청 속이 시원했다. 욕쟁이 할머니 같은 느낌이다. ㅋㅋ 일단 최강 맛있는 만두집에 데려간 건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말도 잘 못알아듣고 엄청 많이 걷게 하고 뭔가 자꾸 말도 꼬여서 이내투어는 때려치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보일러 따땃하게 틀어놓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보니 갑자기 ..
20181212 수요일 온화하던 일본날씨에서 한국에 돌아오니 추위가 더 강력하게 느껴진다. 일본 마지막 날에 엄마가 계속 전화해서 걱정했는데 눈이 많이 와서 외할머니 집에 고립되었다고 꺄르르 웃으며 소녀처럼 말했다. 부산에서 오래 살다가 눈이 종종 내리는 곳에서 살고 있으니 가끔 눈 사진을 보내주곤 한다. 내가 눈에 보이는 풍경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만큼 반응하지는 못하지만. 시간 내서 한 번 들러야겠다. 이번에 일본에서 만나고 온 하루미 상, 무기오 상 이야기 해 주고 와야지. 12월 24일은 부모님 결혼기념일 이기도 하니까. 12월에도 일정이 많아서 돌아오고 나서 정신이 없다. 어제 밤에 도착해서 일어난 일에 쓸쓸해져서 더 추운 느낌이 되었다. 생리 직전이기도 하고. 빨래를 하고 좀 쉬다가 밖에 나갔다. 독서모임 전에 ..
20181210 월요일 매일 술마시고 사람들이랑 노느라 일기를 걸렀다. 우지에서 너무 좋았다. 비현실적인 분위기다. 공산당 역사를 가진 가족의 집에서 거의 이틀동안 공짜로 먹고 공짜로 잤다. 야마다 계 가족이라고 하는데 보통 알고있는 일본 분위기와 완전히 달랐다. 게다가 이야기가 넘치는 사람들이어서 너무너무 재밌고 감동적이고 눈물날 정도로 계속 좋았다. 꿈인가 싶다. 오늘은 고베로 넘어와서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 개풍관도 구경 갔는데 우지 기억이 너무 좋아서 감흥이 없을 지경이다. 우지의 하루미 상 무기오 상이 최고로 좋아서 그 집을 떠나고 나서 계속 두 분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사랑에 빠진 기분이다. 저 분들처럼 늙고 싶다고 계속 생각했다. 고베에서 마지막 밤은 이자카야에서 야키토리를 먹었다. 고베는 지진 이후 재건된 신도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