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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2018

20181225 화요일

제주에서의 하루하루가 빠르고 느리게 지나가고 있다. 오랜만에 조금의 여유가 생긴 선경과 승민이 차려주는 멋진 채식밥상을 매일 아기새처럼 받아 먹으면서. 내일 아침은 내가 차리기로 했는데 부담이 너무 크네... 어제 너무 늦게 자서 아점을 꽤 늦게 먹고 원래는 각자의 작업을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바다에 가자, 강정에 가자 해서 졸졸 따라 나섰다. 인적 드문 아름다운 바닷가에 갔는데 갑자기 바위 암벽 타기와 예쁜 것 찾기가 시작되어서 살짝 추워진 날씨에 땀이 송송 났다. 이들을 따라 바다에 가면 늘 모험이 펼쳐진다. 언젠가 여름에 바다수영 가자고 해서 비키니 입고 갔드만 깊은 물에서 바위 해치고 잠수해서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코스였던 기억이 있다. 오늘도 그냥 바다 보러 가는 줄 알고 따라갔는데... 제주의 탐사 소년 소녀들이었단 걸 또 잊었다.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는 화산 바위들의 무늬와 색을 만끽하며 위험해 보이는 길을 치마 입고 부츠 신고 잘도 걸었다. 재밌었다!

그리고 강정에 오랜만에 들렀다. 평화센터는 카페와 가게와 전시장으로 변신해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겨울에 묵은 적 있던 ‘공간’에 가서 친구의 친구들에 둘러싸여 맛있는 음식과 술을 나눠먹었다. 가끔 보았지만 이야기는 나눈 적 없던 친구의 소중한 친구들이었다. 오늘 갑자기 오랜만에 타로를 봐 주게 되어 많이 웃고 조금 더 알게 되어 기쁜 시간이었다. 친구들의 일상은 공유하지 못하고 그들의 휴식만 나누는 사람이 되어 좋은 것만 얻고 누리는 기분이 된다. 가끔 들러 이야기를 듣고 내가 가진 이야기를 나눠주는 이 정도의 역할로도 괜찮은 걸까 늘 의심하다가, 또 이런 역할의 사람도 필요하지 않을까 안심도 하다가 늘 그렇게 오락가락 한다. 좋은 성탄절이었다. 좋은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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