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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2018

20181220 목요일

긴하루의 끝에 낯설고도 익숙한 친구집 손님방 소파에 앉아 일기를 쓴다. 찬찬히 글 쓸 작정으로 비행기표를 끊었는데 아침에는 갑작스러운 친구 아버님의 부고로 허둥지둥 하다가 공항에서는 갑작스럽게 옛친구를 마주쳐 같은 비행기를 타고 조금은 어색하게 근황을 나누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제주에서는 또 옛친구를 만나 밥을 먹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나도 모를 시간이었다. 잠깐의 아름다운 순간은 비행기안에서 오랜만에 다시 펼친 ‘마술라디오’의 아름다운 서문과 첫번째 통영 어부의 이야기 속에 있었다. 어부님의 첫 대사 ‘나는... 자유... 입니다’는 언제 읽어도 눈물이 난다. 비행기 안 소음을 틈타 콧물을 크게 훌쩍였다. 마술라디오는 언제나 내 손에 잠깐 들어왔다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려서 지난주 서울 갔을 때 다시 구입했다. 다시 읽고 싶어진데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잘 듣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언제나 실패한다. 오늘도 눈물을 흘리며 다짐했지만 듣기 보다 말하기가 서두르는 느낌을 자꾸 받았고 그때마다 살짝 제동을 걸게 되었다. 온전히 듣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질문을 던지려 노력했다. 어렵지만 더더더 듣는 사람이 될 것이다.

선경은 바쁜 일정 속에 정신이 없다고 했지만 무척 담담하고 단단하게 연습을 하고 장을 보고 요리을 하고 손님을 맞고 내일을 준비했다. 이제는 선경의 남편인 승민도 가까운 친구같이 느껴져 좋았다. 그러고보니 선경 승민과 함께 보낸 시간이 조금씩 계속 쌓여왔던 것 같다. 자기 자리에서 자기 삶을 살고 있는 친구들을 가끔 만날때마다 조금씩 다른 상황과 상태를 가지고 있지만 또 자신답게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게 느껴져서 든든한 마음이 된다. 늘 곁에 있지 않아서 볼 수 있는 게 있다. 저마다의 변함없는 반짝임. 오늘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며 눈치채지 못하게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내일 선경의 앨범발매 축하 공연에서 응원이 되는 노래를 부르고 싶은데 뭘 할지 모르겠다. 무슨 노래를 어떻게 부르든 마음을 응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라도 흘러 전해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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