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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2023

20230223 도울 준비가 된 사람들

비염 때문에 아침마다 머리가 무겁고 콧물이 흐르고 정신이 없다. 겨우 몸을 일으켜 밥을 챙겨 먹고 커피를 마신다. 돈 벌이 궁리로 영어와 기타 레슨 광고를 인스타에 올렸더니 저 멀리 인천, 경기도 사는 분들이 문의를 해 왔다. (동시에 팔로워 5명 쯤 줄었다) 피카홈(곧 오픈할 책방 겸 작업실)까지 집에서 걸으면 20분 쯤 걸린다. 햇살 아래 걸으며 인천에서 제로 웨이스트 식료품 가게를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책방 준비 잘 되어 가냐고, 뭐 도울 일 없냐고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관심을 보인다. 언제나 도울 준비가 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행복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피카홈에 도착해서 살짝 청소를 했다. 왜냐하면 동네 카페 사장님이 오늘 가게 외벽에 부착된 지난 가게 간판을 떼어 주러 오신다고 했기 때문이다. 정말로 오후에 가벼운 차림으로 나타나서는 재빠르게 간판 철거 작업을 해 주시고 이것저것 스캔하신 후 전기 콘센트 정리 같은 것들을 뚝딱 해 주셨다. 나도 맥가이버 같은 저런 인간이 되고 싶었는데… 대신 도움을 준 준비가 된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 저녁에 카페에 들러 레모나 두 박스랑 <걷는 섬> 한 권을 건냈다. 그러고 보니 <걷는 섬> 만든 지 딱 1년이 되었다. 또 한 번 디게 안 팔리는 무언가를 만들었구나 한다. 선물할 수 있는 게 많이 남아 있으니 충분하다. 그나저나 그 이후로 발매된 게 컴필레이션으로 나온 ‘빗물의 춤’ 밖에 없네…

프랭코 님이랑 주문받은 소량의 책 포장을 했다. 동업자는 이것저것 포장에 들어가는 물품 디자인에 힘을 좀 쓰셨다. 이전 가게가 사용하던 나무 간판에 시트지 작업을 좀 했다. 디자인이나 인테리어에 관심이 전혀 없는데 또 호불호는 있어서 커다란 가게를 어떻게 채워야하나 고민이다. 오전에 통화 한 친구가 자기도 하다 보니 감각이 생겼다며 ‘이내 님 잘 할 거예요’ 응원을 해 주었다. 이후북스 대표님들도 마음이 쓰이는지 메시지를 보내 주셨다. 책방은 어차피 다 망할 거니까 하고 싶은 거나 실컷 하자는 동종업계 선배님의 응원에 묘한 힘이 난다.

아침 먹고 저녁까지 굶어서 엄청 예민해졌다. 나 배고프면 분노하는 사람이었지, 새삼 깨달았다. 조심하자. 오늘 시간 안 맞아서 못 간 수영장도 내일은 꼭 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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