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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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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9 목요일 ‘한 번 더 보고, 한 번 더 생각하고’ 순천에서 이파람이랑 나란히 앉아 일기를 쓴다. 나는 핸드폰에, 이파람은 노트에. 이파람이 결혼하고 홍천으로 옮겨간 지난 3년여의 시간동안 우리는 만나지 못하고 sns로만 서로의 근황을 엿보며 응원하며 지내왔다. (얼마전에는 강릉으로 이주해서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홍천에는 결국 가보지 못했다) 우리는 지금은 재개발되어 흔적은 없고 기억에만 있는 서울 아현동 어느 거실에서 처음 만났다. 자꾸만 무언가를 지워야 살아남을 수 있는 도시를 떠나 시골에 간 이파람의 근황을 세세하게 알아차릴 수는 없었는데 에서 책이 나왔다. ‘이파브르의 탐구생활’이 그 제목이다. 차곡차곡 모아온 자연과 사람들에 대한 관찰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하고 뭉클해지기도 하고 나도 얼른 자연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도 든다...
20190827 화요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지난 금토일월 4일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과 정보를 만나서 그런지 손이 떨리는 증상이 계속되었다. 머리도 자꾸 아파서 오늘은 안경을 새로 맞추기도 했다. 딱 머리 아플 각도의 난시라고 말씀하셨다. 노안이 시작되기도 했... 저녁에 동네친구 만들어보기 프로젝트 모임이 있어 참여했다. 오늘의 주제는 성장영화 보고 이야기하기. 그래서 20년만에 ‘굿 윌 헌팅’을 보고 각자 다른 느낌을 이야기했다. 다시 봐도 (다 보지는 못하고 유튜브에서 몇몇 영상을 골라보았지만)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주인공 윌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했었다. 나도 일종의 아동학대를 경험했으니까 유명한 그 대사 ‘너의 잘못이 아니야’는 실은 큰 힘이 되었다. 각본이 너무 좋아서 맷 데이먼과 벤 애플랙을 동경하기도 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
20190822 목요일 ‘다름을 채우는 대화’ 올 여름은 더위보다 습도가 무섭다. 집의 반 정도가 빛을 못 받는 구조라 곰팡이 습격을 가끔 받았는데 이번 여름에 집을 많이 비워서 큰일날 뻔 했지만 소담님 계셔서 잘 넘어갈 수 있었다. 어제 밤부터 무서운 비가 내리고 다시 습해졌는데 이걸 가을장마라고 부른다고 하네. 더워서 땀이 나는 건지 습기를 빨아들이는 건지 구분이 안가지만 아무튼 많이 걸어서 축축한 상태로 집에 들어와서 맥주캔을 땄다. 오늘은 오랜만에 사이숨 정기모임이 있었다. 우리가 모여서 주로 하는 일은 근황 토크지만 하다보면 뭔가 방향이 잡히고 할 일이 생각나기도 한다. 문구점 아저씨가 사이숨에 들어오면서 분위기 전환이 확실히 되고 있다. 문구점 일이 바빠서 기운이 쪽쪽 빠지고 계신 느낌도 들지만 ​​점점 더 협업의 가능성이 늘고 있다고 생..
20190821 수요일 ‘이틀의 기록’ 어제는 ‘뿌리’라는 이름의 모임에서 수다를 떨었고 저녁에는 페미니즘 학교 워크샵에 노래하러 갔었다. 촬영중이어서 조명이 엄청 좋았네 ㅋㅋ 그리고 부산에서 다양한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모인 조촐한 자리가 되었는데, 즉흥적으로 질문을 써 내고 각자 뽑아서 대답하는 집단 지성의 시간이 되었다. 여성들이 소수 모이면 대체로 좋은 시간이 되더라. 응원하고 위로하는 유전자를 여성이 더 잘 활용하기 때문일까. 지금 ‘공감의 시대’를 읽고 있는데 남녀의 공감능력 차이를 사뿐히 넘어서는 동물의 공감능력에 관한 수많은 실험이 펼쳐지고 있다. 책을 번역하신 최재천 선생님이 역자서문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공감 능력은 길러지는 게 아니라 무뎌지는 것이다’ 많은 동물들의 공감 실험에 울컥할때가 엄청 많다. 흑백이 아닌 너른 회..
20190819 월요일 ‘타인의 삶’ 동네 친구 만들기 프로젝트 ‘타인의 삶’에 참여중이다. 오늘 두번째 시간에는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며 초상화를 그렸다. 진행이 아닌 참여가 오랜만이라 집중이 잘 안되고 다른 사람들 대답만 귀에 들어와서 안절부절 했는데 내 파트너 현정 님도 비슷해 보였다. (장소의 대표님이시라) ‘문구점 응’의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기로 한 건 매우 잘한 일이다. 어제 마감 알림 문자가 와서 지난주 모임을 정리하는 글을 마무리했다. 오늘은 또 어떤 태스크가 주어질까 기대되고 다음주 프로그램도 재밌을 것 같다. 가을에는 가사쓰기 워크샵도 같이 할 예정인데 그것도 기대와 신뢰가 가득하다. 그나저나 그림 너무 오랜만에 그려서 ...... 요즘 ‘공감의 시대’라는 생물학자의 책을 읽고 있는데 의외로 꿀잼이다! 내가 스스로 선택할 책이..
20190818 일요일 ‘국도 여행 끝’ 강릉에서 안동까지 35번 국도로 4시간쯤 걸려서 이동했고, 저녁에 안동에서 부산까지 시외버스로 왔다. 집에 들어오니 밤 11시였다. 동해안을 따라 부산에서 강릉까지 연결된 7번 국도로 상행하고 강릉에서 부산까지 백두대간의 골짜기를 따라 연결된 35번 국도로 하행했다. 강원도와 경상도의 산세와 물빛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산의 기울기와 강의 넓이가 다르다. 국도 여행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어서 운전이 배우고 싶을 지경이다. 나중에 나는 차에서 살게 될 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엄마는 할 말을 잃었다. 긴긴 길을 함께 다니다 보니 언제 어떤 이야기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오늘은 99년외할아버지 장례식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만 해도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세세하게 듣는 옛 장례식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20190817 토요일 ‘강릉도착’ 엄마의 목표지향에 따라, 7번 국도를 따라 강릉에 왔다. 엄마 인생에 가장 길었던 장거리 운전이었을 거다. 경주에서 포항가는 14번 국도가 완전 취향저격 아름다운 옛길인데 다른 차 한 대도 없고 풍경 겁나 아름답고 그랬다. (내일 하루만에 나는 강릉에서 부산을 가게 되었지만...) 힘들었는데 재밌었다. 역시 둘은 세트였어. 그런데 예상치 못한 루트가 이어지다보니 예상치 못한 풍경에 자주 닿았다. 일단 이 길은 원자력 발전의 길인가 싶을 정도로 계속해서 원전이 등장했다. 고리, 월성, 울진으로 이어지는 동해안을 따라서 고압 송전선이 흐르고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는 루트였다. 처음 울산에서 화학공업단지 곁을 지날 때는 (어쩌다 보니 그 길이 되었다) 거대한 규모의 생전 처음보는 기계 도시가 있어서 진짜 깜..
20190816 금요일 ‘엄마랑 7번 국도’ 어제의 피로는 상당했다. 아침에 끝없이 바닥으로 하강하는 느낌으로 잠에서 깼다. 엄마랑 여행가기로 해서 치과 치료를 마친 엄마를 만나서 점심을 먹고, 은수언니가 만들어 준 맛있는 팥빙수를 먹고, 7번 국도를 향해 출발했다. 그게 엄마와 내가 정한 유일한 계획이었는데 유노왓, 오늘 7번 국도에는 올라서지도 못함 ㅋㅋㅋ 조금 가다가 저기 기웃 또 가다가 길 잘 못 들어서 돌다가 웃다가 커피도 마셨다가 바다 사진도 찍었다가 하다보니 경주 문무대왕릉 근처에 펜션 잡아서 들어왔다. 저녁은 펜션 주인 추천 식당에서 맛있는 물회를 먹었다. 엄마가 ‘달이 안보이네요’ 하니까 식당 아주머니가 ‘가만보자 오늘이 열엿새니까 달이 클텐데 구름때문인가’ 한다. 이어 엄마는 ‘어제 여기도 비 많이 왔나요?’ 하니까 ‘여기는 문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