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목표지향에 따라, 7번 국도를 따라 강릉에
왔다. 엄마 인생에 가장 길었던 장거리 운전이었을 거다. 경주에서 포항가는 14번 국도가 완전 취향저격 아름다운 옛길인데 다른 차 한 대도 없고 풍경 겁나 아름답고 그랬다. (내일 하루만에 나는 강릉에서 부산을 가게 되었지만...) 힘들었는데 재밌었다. 역시 둘은 세트였어.
그런데 예상치 못한 루트가 이어지다보니 예상치 못한 풍경에 자주 닿았다. 일단 이 길은 원자력 발전의 길인가 싶을 정도로 계속해서 원전이 등장했다. 고리, 월성, 울진으로 이어지는 동해안을 따라서 고압 송전선이 흐르고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는 루트였다. 처음 울산에서 화학공업단지 곁을 지날 때는 (어쩌다 보니 그 길이 되었다) 거대한 규모의 생전 처음보는 기계 도시가 있어서 진짜 깜짝 놀랐다. 포항에서는 멀리서 밤에도 환한 제철소 장면에만 익숙했는데 이번에는 거대한 단지 옆을 처음으로 지나게 되었다. 멀리서 볼 때는 몰랐지만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강원도에 이르자 누가봐도 시멘트 공장일 것 같은 거대한 규모의 단지가 나와서 지도를 보니 시멘트 라고 써 있었다.
7번 국도는 계속해서 모양을 2차선에서 4차선, 산길에서 바닷길로 바꾸면서 이어졌다. 우리는 중간에 이상한 길로 접어들었다가 잠깐 쉬었다가 배고프면 밥도 먹었다가 하면서 강릉에 도착했다. 엄마는 운전하느라 곧 쓰러질 것 같았는데 오죽헌에 들어가니 다시 힘을 얻어서 이리 저리 즐겁게 구경을 시작했고 나는 이제 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가 저녁을 먹고 컨디션을 회복했다. 아 정말 강릉까지 오고 싶지는 않았는데...... 힘들고 재밌고 찌증나고 재밌었다. 내일 정말 나 부산에 돌아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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