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안동까지 35번 국도로 4시간쯤 걸려서 이동했고, 저녁에 안동에서 부산까지 시외버스로 왔다. 집에 들어오니 밤 11시였다.
동해안을 따라 부산에서 강릉까지 연결된 7번 국도로 상행하고 강릉에서 부산까지 백두대간의 골짜기를 따라 연결된 35번 국도로 하행했다. 강원도와 경상도의 산세와 물빛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산의 기울기와 강의 넓이가 다르다. 국도 여행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어서 운전이 배우고 싶을 지경이다. 나중에 나는 차에서 살게 될 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엄마는 할 말을 잃었다.
긴긴 길을 함께 다니다 보니 언제 어떤 이야기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오늘은 99년외할아버지 장례식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만 해도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세세하게 듣는 옛 장례식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오후 1시쯤 태백 도착했을때 나는 당연히 밥을 먹으러 간디고 생각했는데(아침에 간식만 조금 먹고 배고파 예민해짐) 갑자기 낙동강 발원지 연못에 5분만 가본다는 엄마의 말에 불같이 화를 냈다. 5분 그냥 가볼 거 안가니만 못하다는 게 내 주장이다. 5분 그까이꺼 그냥 가면 될 것을 배고파서 엄청 버럭하고 나중에 겸연쩍어졌다. 태백부터 안동까지 낙동강 강길 따라서 계속 내려왔고 중간에 도산서원도 들르고 안동댐 옆도 지나다보니 발원지 지나서 강길 따라 내려온 게 나름 운치가 있었다. 강릉 오죽헌에서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 흔적을 보고, 안동 도산서원에서 퇴계 이황의 흔적을 보니 이거 한국 지폐 그림 따라가는 여행인가 싶고... ㅋㅋ
안동 집에 잠깐 들러 아빠랑 마당 강아지들한테 인사하고 부산으로 출발했다. 이번주 또 뭔가 달리는 스케쥴인데 미리미리 준비하지 못해서 여행 동안 한숨이 새어 나오곤 했다. 나는 왜 미리 준비하지 못하는 사람일까. 목표를 향해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이고. 엄마랑 다니면서 비교가 되어서 그랬을까. 그냥 호르몬이 이제 좀 우울할 시기로 가고 있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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