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꿈 없는 긴 잠을 잤다. 미세먼지 때문인지 조금씩 코로나로부터 회복되던 목 상태가 더 나빠진 것 같다. 다시 돌아온거냐, 미세먼지… 눈도 뻑뻑 목도 뻑뻑 모두가 느낄텐데 이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제주시가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공사를 멈추게 하려 애쓰던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많이 지쳐있다고 했다. 에스엔에스로 연대를 부탁하는 메시지를 받았지만, 막막한 마음밖에 들지 않는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늘은 거의 하루종일 필사를 했다. 리베카 솔닛의 책을 읽고 있는데 집중이 잘 안 되는 것 같아 쓰기 시작했다. 손으로 쓰는 속도는 느리고 또 느려서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생긴다. 책의 내용과 관계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현재의 내 고민에 닿거나 하고 싶은 일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손목과 손가락이 아프지만 몸의 감각을 사용하기 때문인지 머리만 팽팽 돌아가는 것 보다 나를 자꾸 현실로 데려와 주는 것 같다. 책방을 만들면 꼭 몸으로 책을 읽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아름답고 무용한’이라는 뜻의 ‘아무책방’이 문득 생각났다. 필사와 낭독, 몸으로 책을 읽는 것은 (어쩌면 책 그 자체처럼) 아름답고 무용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책방을 준비하게 된 건 우연이지만, 책을 깊이 읽고 싶었던 내 오랜 소망이 가져다 준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온라인으로 책방 회의를 하고 또 필사를 했다. 손으로 쓰는 것은 발로 길을 걷는 것과도 닮았다. 미세먼지 때문에 산책을 못 한 대신 문장의 오솔길을 걸었다. 더 많은 책을 걸으며 나 자신이 되어 가는 상상을 했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만나는 한 해를 만들어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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