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땐 하루 두 번 씩도 들르는) 우리 동네 카페에서 올해 첫 일기를 쓴다. 파란색 정사각형 테이블에서, 오래 앉아도 허리가 편안한 (그냥 내가 정한) 전용 의자에서 2022년의 일기와 독서기록을 블로그에 올리고 책을 좀 읽었다. 해야 할 체크 리스트를 하나씩 처리한 셈인데, 사실은 이제 집에 가고 싶은데 마지막 체크 리스트가 오늘 일기 쓰기라서 억지로 새 페이지를 열었다.
요즘 밤에 잠을 잘 못 자고 있다. 늦게 잠들면 늦게 일어나게 되니까 또 밤이 돌아오면 눈 말똥말똥 뜨고서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특단의 조치로 오늘은 오전에 일본어 수업을 잡아보았다. 약속을 잡아서 나를 움직이게 해 보는 일종의 노하우랄까. 억지로 몸을 일으켜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30분 동안 처음 만나는 선생님과 일본어를 떠들고 나서야 하루를 시작할 정신이 좀 든다. 밥 지어 맛나게 먹고, 컴퓨터 붙들고 일기 옮겨 심기 하다가, 수영장에서 배치기로 다이빙 실컷 하고, 집에 돌아와 아침에 지어 둔 밥에 녹차 말고 우메보시 얹어서 허기를 채웠다. 수영 끝나고 시장에서 산 귤도 몇 개 까 먹고. 겨울엔 역시 달콤 상콤한 귤이구만!
그리고 동네 카페로 출근해 컴퓨터 앞에 앉은 지 세 시간 쯤 흘렀다. 이렇게까지 오래 있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평소의 나와는 무척 다르게 계획을 세우고 리스트에 체크 표시를 모두 마쳤는데, 기쁘다거나 만족감이 들지 않는다. 본 투 비 P란 이건 것이다!!! 오늘 나의 하루에는 우연의 요소가 빠져 있다. 그냥 잠이 부족해서 삐뚤어진 것 일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꿈과 생각 없는 잠을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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