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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2019

20190813 화요일

금연한지 4개월 되었다. 누가 나보고 금연 쉽게 하는 것 같다고 말해서 모르는 소리 말라고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생각보다는 쉬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초반에 강력하게 몸으로 나타나는 금단증상 시기에 피부병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었고, 담배 뿐 아니라 이것저것 다 끊어야 했기에 ㅠ 총체적인 변화 속에서 습관을 바꾸는 게 가능했​었다. 오늘 모임 장소에 기가막힌 흡연 포인트가 있어서 앉아보았는데 살짝 아쉬운 마음이 찾아왔다. 전에 영인이 집 마당에 너무 좋은 흡연 장소를 만들어두었길래 좀 흔들렸지만 한 번의 유혹을 넘기면 괜찮아진다. 금연 이후 가장 큰 걱정은 글쓰기에 집중을 못한다는 거다. 예전에 몇 주 금연했다가 다시 피운 이유가 연재 마감 앞두고 너무 글이 안써져서였다. (피우자 마자 다시 써져서 그냥 계속 피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큰 변화를 만들고 싶어서 안써져도 시간과 분량을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모든게 습관의 문제라면 담배가 아닌 시간이 필요한 것이겠지.

이번 여름들어서 가장 더웠다. 5분 정도 땡볕에 버스 기다리는데 햇빛에 맞는 기분이었다. 신발에 불 붙은 것 같았고. 그 와중에 하늘이랑 구름 색깔 너무 예쁘고 하지만 더위에 정신 놓기 직전에 마을버스 와서 구원받았다. 우체국 가서 밀린 우편물 보내고 도서관 가서 책 두 권 빌리고 (우체국에서 도서관 가는 길에 또 태양에게 두들겨 맞고) 책 읽고 일본어 공부 좀 하고 글 쓰려다가 집에 와서 좀 쓰러졌다가 저녁 모임에 갔다.

모임 얘기 쓰려고 일기장 들어왔는데 여기까지 쓰고 지쳤다. 이게 금연 이후의 증상인데 예전에 잘 되던 의식의 흐름을 따라 쓰는 방식도 잘 이어지지 않고 뭔가 계속 턱턱 걸리는 느낌을 받고 그러다보니 금방 지친다. 예전에는 이만큼 그냥 쓰는데 몇분 안걸렸는데 이 별 내용없는 일기 여기까지 쓰는데 30분이 넘게 걸리고 있다....

중용 님이 기획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주로 진행하다가 참여만 하러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새로운 사람이 세 명, 아는 사람이 두 명 있었다. 6명이서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서 이런저런 동네 활동을 하면서 기록을 남기고 그게 ‘문구점 응’을 통해 조그만 책으로 나오는 프로그램이다. 장소를 운영하는 호스트 현정 님과 기획, 진행하는 호스트 중용 님. 그리고 영화동아리에서 영화만드는 휴학중인 대학생 해정 님, 제품디자인 하시는데 최근에는 음악작업도 취미로 시작하신 상헌 님, 유튜브하고 디자인하는 규리 님, 그리고 나 이렇게 여섯 사람이다. 오늘은 오리엔테이션이었는데 프로그램이 엄청 알차 보여서 기대가 되었다. 마지막에 중용 님이 계산된 프로그램 속에서도 의외의 재미를 찾아보자고 하신 말을 마음에 담아보았다. 대체로 의외성에 기대서 살아왔는데 계산하는 거 좀 배우고 싶기 때문에.

아 머리 터질 것 같아서 더 못쓰겠다!!! ㅠ 습관을 다시 만들기 위해 일기를 다시 매일 써 보려 노력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