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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2023

20230119 맹렬히 청소중

화요일은 커다란 창문과 창틀의 묵을 때를 닦고 세탁 맡겨 깨끗해진 커튼을 달았다. 커다란 커튼의 사이즈가 달라서 혼자 뗐다 붙였다 고생을 좀 했다. 청소 전에 엄마에게 팁을 물었다. 오랜 청소 노동자 생활로 어느새 청소 전문가가 된 엄마는 창문, 타일, 바닥 등에 맡는 장비와 방법을 자세히 알려 주었다. 멋있었다. 지난 명절에 엄마에게 받아 온 걸레가 이번에 빛을 발했다. 변화가 눈에 확 띄진 않아도 청소를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수요일은 화장실이었다. 좀 더러워서 막연히 낡았나 생각했었는데 변기와 세면대, 벽과 바닥을 꼼꼼하게 닦아 주자 모두 새것 같았다. 회생 불가능해 보이는 변기 커버는 버리고 새로 달았다. 처음 해 보는 일이었는데 생각보다 간단하게 교체할 수 있었다. 바닥과 변기를 잇는 백시멘트 교체 작업에 의욕을 가졌다가, 깨는 게 너무 힘들어서 기존에 갈라진 부분만 조금 단단하게 덧대어 주고 살짝 코팅하는 정도로 타협했다. 화장실 만큼은 제로 웨이스트의 공간으로 만들어 볼 생각이다. 혼자 꾸린다면 전반적으로 비건과 제로 웨이스트 지향의 공간을 만들고 싶은데, 함께 사용하는 곳이니 강하게 주장하지는 못하겠다. 그래서 일단 화장실 만큼은 비누, 손수건, 청소 도구까지 꼼꼼하게 준비해 볼까 싶다.

목요일인 오늘은 바닥의 묵은 때를 제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베이킹소다와 주방세제를 뜨거운 물에 풀어서 바닥 타일을 적셔 두었다가 수세미로 한 칸 씩 정성을 다해 묵은 때를 닦아낸 후 걸레로 마무리했다. 공간이 넓어서 2/3쯤 청소하는데 4시간 넘게 걸린 것 같다. 남은 부분은 내일 마무리할 생각인데 허리, 무릎, 발목, 무엇보다 팔목이 너덜너덜해져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집에 돌아와 저녁 먹고 한 시간 정도 끙끙 앓았다.

저녁에는 샘플리듬 스터디 줌 수업이 있었다. 지난 주 16비트 찍는 과제가 재미있어서 수업이 기다려졌다. 하루 두 시간 정도씩 3일 걸려서 완성한 과제였다. 여름에 어쿠스틱 드럼 수업 듣고 이후로 쓸 일이 전혀 없었는데 이번 수업에 그때 배우고 따라 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된다. 귀가 큰 소리에 약해서 타악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드럼 말고도 온갖 소리로 리듬을 만드는 건 좀 재밌는 것 같다. 어쿠스틱 드럼 수업에서는 취향에 안 맞는 가요 과제가 많았다면, 이번에는 장르가 다양해서 숙제할 맛이 난다. 배운 거 써 먹을 생각을 해야 하는데 (청소보다) 의욕이 없는 걸 보면 나는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이번에는 잘 배워서 비트 좀 만들어봐야지!

청소에는 끝이 없다. 때와 먼지는 늘 다시 돌아온다. 출입문과 화장실 문의 묵을 때를 벗기는데 몸은 힘들어도 홀가분한 기분이 되었다. 더러운 곳을 구석구석 온 힘을 다해 닦으며 ‘역시 나는 엄마 딸이구나’ 생각했는데, 청소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오랜 친구가 ‘언니는 엄마 닮아서 하면 빡세게 하잖아’ 해서 좀 놀랐다. 나를 구석구석 아는 오랜 친구가 있다는 게 든든해서 청소 후 깨끗해진 만큼 기분이 좋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희안하게도 작은 것에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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